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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남성 조선업 종사자 파킨슨병, 직업 관련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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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오피니언

42세 남성 조선업 종사자 파킨슨병, 직업 관련성 높다

형광석 목포과학대 사회복지학과교수
(사)상생과 동행, 이사)


형광석 프로필 사진_호남노사일보 (2).jpg

형광석 목포과학대 사회복지학과교수


지난 4월에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두 번 열렸다. 심의를 완료한 5건 중 2건의 질병은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4월 15일 회의(비대면 화상회의) 결과는 심의안건 3건 중 2건은 심의 완료로, 1건은 재심의로 나왔다. 동 위원회는 심의 완료 2건 중 59세 여성 합성세제 제조업 종사자의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은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筋萎縮性側索硬化症;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또는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은 수의근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소멸하는 병이다(위키백과). 42세 남성 조선업 종사자 파킨슨병은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 회의(서면심의; 2022. 4. 27.~ 4. 29.)는 3건에 대한 심의를 완료하였다. 동 위원회는 60세 남성 비계공 일용노동자의 폐암·직장암은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37세 남성 자동차 공장 노동자가 겪은 상세 불명의 피부염, 상세 불명의 건선, 상세 불명 원인의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과 52세 남성 제철소 노동자의 ‘만기 발병 소뇌성 운동실조’((Late-onset cerebellar ataxia)는 각각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 ○○○은 2003년 □사업장에서 선박 도장 업무를 시작하여 2020년 10월 31일까지 그 외 여러 사업장과 ○사업장에서 샌드블라스트, 솔벤트클리닝 등의 업무에 종사하였다. 2020년 7월경부터 손이 떨리는 증상, 근력 저하증, 걸을 때 오른발이 조금씩 바깥으로 열리는 증상이 나타나 2020년 9월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PET 외 다수의 검사를 시행하였고 2020년 9월 22일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 ○○○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인 1997년 3월 1일부터 1998년 6월 26일까지 선반 가공공장인 △사업장에서 거친 면을 가공하는 작업인 황삭 업무를 담당하였다. 황삭(荒削; for roughing)은 거친 절삭(切削)이다. 정삭(精削; for finishing)하기 전에 대충 빠르게 모형이나 전제 모습을 잡을 목적으로 거칠게 면을 가공하는 작업이다. 정삭은 정확한 치수를 맞춰서 제폼을 깔끔하게 가공하는 작업이다.  

 

행정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자동차 납품업체인 ◇사업장에서 2001년 2월 1일부터 2002년 4월 17일까지 자동차부품 조립과 장착 업무인 의장작업을 하였다. 노동자는 2003년 1월 1일부터 여러 사업장에서 약 5년가량  PFP(Passive Fire Protection; 수동적 화재 보호) 도장작업을 수행하였다. PFP는 화재나 연기의 확산을 느리게 하거나 방해하는 건물이나 구조물의 구성 요소 또는 시스템이다(위키백과).

2008년 2월 1일부터 약 12년간 조선소의 여러 하청업체와 ○사업장을 거치며 샌드블라스트(sandblast), 솔벤트클리닝(Solvent Cleaning)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다. 샌드블라스트는 노즐에서 연마재를 분사하여 소재 표면을 다듬거나 절삭하는 가공 방법이다. 현장에서 시너클리닝(thinner cleaning)으로 불리는 솔벤트클리닝은 기름, 그리스(grease; 기계의 윤활유), 흙 등 소지 표면에 잔존한 용해 가능한 오염물의 제거에 사용하며 도장 전처리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 ○○○은 만 42세 되던 해인 2020년 7월경부터 떨림 증상이 나타나자 2020년 8월 12일 A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보았으나, 비용 문제로 검사를 받지 않았고, B병원으로 가서 2020년 8월 28일 뇌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 상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한다. 이후 오른손 떨림 증상이 지속되고 근력저하, 걸을 때 오른발이 바깥쪽으로 열리는 증상으로 2020년 9월 4일 대학병원 신경과 외래를 방문하였다. 2020년 9월 15일 해당 병원에서 수행한 PET검사 결과상 양쪽 선조체(Stratum)의 조가비핵(Putamen) 후미 측의 섭취 감소가 두드러지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또한 추가로 수행한 자율신경계 기능을 확인하는 검사에서 중등도의 자율신경 장애가 보였다. 떨림, 근력저하와 같은 임상증상, PET를 통한 영상 의학적 소견, 자율신경검사 등을 통해 2020년 9월 22일 파킨슨병으로 진단되었고, 도파민 제제를 복용하였다. 같은 해 10월 12일에는 같은 대학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 가서 망간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진행한 결과는 정상수치를 보였다. 이후 10월 20일 같은 대학병원 신경과에 외래 재진 시 여전히 근력저하를 호소하였고, 약을 먹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라사길린(rasagiline)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노동자는 오랫동안 PFP 도장 작업과 샌드블라스트, 클리닝(cleaning; 세정) 등의 작업을 하면서 시너(thinner), 복합 유기용제, 각종 중금속 등에 노출되었던 점,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병한 점을 보아 자기의 업무가 상기 질환 발병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업무상 질병 여부의 판단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4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04.15.)는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 ○○○(남, 1978년생)은 만 42세가 되던 2020년 9월 22일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으나, 증상과 임상 경과를 검토해보았을 때 2차성 파킨슨증후군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둘째, 노동자는 2003년 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약 17년 동안 여러 사업장의 하청업체 노동자로 PFP, 도장 파워 작업, 클리닝 작업 등을 수행하였다. 셋째, 파킨슨증후군의 직업적 유해인자로는 살충제가 비교적 명확히 밝혀져 있으며, 유기용제와 중금속에 대한 노출도 제한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발병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 넷째, 노동자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유기용제, 중금속 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중금속에 대한 노출은 노동자에게 상병을 일으킬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보이나, 유기용제에 대해서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지속적이고 복합적으로 노출되었고 그 노출 수준은 상당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는 2020년 9월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나서 약 1년 7개월이 떠나간 2022년 4월 15일에 역학조사평가위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4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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